BT와 IT의 컨버전스로 완전 새로운 보청기를 선보이다 [프리미엄 헤드폰 가이드 4월호 잡지]
오늘날 산업 트렌드는 컨버전스(Convergence, 수렴 혹은 통합)로 정의된다. 인터넷 통신과 음향/영상, 휴대폰이 한데 어우러져 탄생한 스마트폰을 필두로 다양한 제품들이 각자의 영역을 넘나들며 컨버전스되고 있다. 음향업계에서도 컨버전스 제품이 속속 출시되며 관심을 모으는데, 프리미엄헤드폰가이드에서 주목한 제품은 바로 ‘BeyondSOL’이라는 국내 브랜드의 보청기다. ‘보청기?’라며 다소 의외로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텐데, 무선
넥밴드형 보청기라고 하면 놀라움이 배가 될 것이다. 제조사에서도 ‘이제 보청기는 버리세요’ 라는 카피를 내걸며 자신감을 보이는 BeyondSOL은 이번달 출시 예정이다. 보청기와 무선 이어폰의 완벽한 컨버전스 제품 BeyondSOL의 개발사 (주)비에스엘 박천정 대표를 만나 개발 스토리와 보청기 알고리즘의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글 _ 구현모 기자
사진 _ 이선우 기자
자료제공 _ (주)비에스엘(BSL)
프리미엄헤드폰가이드 독자들에게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주)비에스엘의 대표이사 박천정입니다. (주)비에스엘을 설립하기 전에는 초음파 진단기 제조사로 잘 알려진 의료기기 전문 제조사 메디슨(現 삼성메디슨)에서 20년정도 근무했습니다. 연구소에 입사해 초음파 진단기 하드웨어를 개발하다 공장장으로 7년간 근무했고, 다음 7년간은 영업본부장직을 수행했죠. 이어 중국 법인장으로 일하며 해외시장에 대한 안목을 키웠습니다. 이렇게 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전 프로세스를 아우르는 경험을 하며 회사 경영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의료기기 시장 안에서 새로운 사업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지난 2007년 ㈜비에스엘을 설립해 보청기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메디슨은 국내 최초로 벤처기업이 코스닥에 상장될 정도로 우수한 기술력과 높은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초음파 진단기 제조사에서의 경험을 보청기 사업으로 연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말씀하신 대로 메디슨은 세계적인 수준의 초음파진단기를 제조하는 회사입니다. 초음파, 즉 Ultrasound(울트라사운드)는 음향 관련 의료기기 사업 중 하나입니다. 보청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두 기기의 시장 규모(월드와이드)를 살펴보면 초음파 진단기가 7조원 정도이고, 보청기는 13조원에 달할 정도로 차이가 큽니다. 더불어 보청기 시장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더 많은 수요가 요구되는 만큼 잠재 성장 가능성 역시 높죠. 제가 가진 음향 관련 의료기기 노하우와 국내 최고 수준의 보청기 연구진이 시너지를 낸다면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습니다.
국내 첫 보청기 제조사로서 제품 개발과정과 시장진입이 녹록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입니다. 많은 자본을 들여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마케팅을 통해 판매까지 이뤄지도록 하는 과정은 분명 어려운 일이죠. (주)비에스엘 역시 첫 보청기를 선보이는 데에만 개발기간이 5년 소요됐는데, 이 기간 동안 보청기와 관련한 다양한 국책과제를 연동하며 정부 과제를 수행하는 등 기술개발에 매진했습니다. 당시 삼성의료원 등과 컨소시엄을 꾸리거나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국내 여건을 탐색하는 좋은 기회도 얻을 수 있었죠. 이후 첫 보청기를 출시한 이후에도 꾸준히 연구개발에 매진해 온 결과, 회사가 보유한 소리 관련 지식 재산권만 64건에 이를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보청기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보청기 알고리즘입니다. 보청기 알고리즘은 청력 보정 이득보상, 노이즈 캔슬링, 피드백 캔슬레이션등의 기술이 적용되어 저전압/저전력 소형 칩에서 동작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죠. 이 기술과 이를 적용하는 SoC칩은 국내에서 오직 (주)비에스엘만이 가지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메이저 6개 업체 밖에 보유하지 못한 기술입니다.
보청기 시장에 대해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세계보건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청각상실 및 난청 등 청각 장애를 가진 인구는 4억 6천만 명으로 세계 총 인구의 6% 이상인데,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 중 보청기 사용인구는 8%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죠. 국내 난청 인구도 비슷한 비율이지만, 보청기 착용을 꺼리는 문화 때문인지 실제 사용은 세계 평균보다도 저조한 상황입니다.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장애인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레 거부감을 보이는 것입니다. 반면 해외 선진국의 경우는 외형이 크고 귀 뒤에 걸치는 형태의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습니다. 이는 사용자 자신이 보다 편리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보청기를 저렴하게 구입하려면 코스트코에 가서 구입하면 됩니다. 주문 물량이 많아지면 물건의 단가가 낮아져서, 대형마트의 보청기가 가장 저렴합니다.
미국 정부에서도 이런 사실을 알고 대통령과학기술자문회에서 저렴한 가격에 보청기를 보급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청기 가격 단가를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는 보청기 자체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고 우리 주변에서 편리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예를 들어 고급보청기에서 채널수(가청주파수대역을 채널 별로 나누어 지원)를 늘린 다거나 하여 가격을 높이고 있으나 이는 사용자에게 직접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임상시험 결과 얻어진 최적의 채널 수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보청기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보청기의 구성은 아주 심플합니다. 먼저 소리를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마이크, 신호처리를 위한 DSP와 전기신호를 소리로 바꾸어 소리를 듣게 해 주는 리시버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작동할 수 있게 하는 배터리가 필요하죠. 이 과정 가운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DSP입니다. 마이크, DSP, 리시버는 모든 보청기에 동일하게 적용되며 제품 외형에 따라 소형, 중형, 대형 부품이 적용됩니다. 이들을 구동하게 하는 배터리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또한 보청기의 형태와 사용 방법에 따라 고막형과 귓속형, 외이도형, 개방형, 귀걸이형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국내에는 외이도 깊숙이 착용하는 고막형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배터리 교체가 어려워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특히 고막형은 배터리 크기가 작아 5일
내외로 배터리 수명이 다해서 배터리 교체가 손쉽게 이뤄져야 합니다.
보청기 사용이 필요한 이유와 사용 시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먼저 ‘듣는 행위’ 가 얼마나 중요한 지 설명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나이를 불문하고 다양한 세대에 걸쳐 치매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듣지 못해서 대화를 하지 않으면 뇌는 잠을 자게 되어 활동이 크게 줄어듭니다.
청각이 손상되어 소통을 하지 않으면 치매가 가속화된다는 연구결과도 의학적으로 밝혀졌고, 이는 대화를 통해 뇌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특히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반드시 보청기를 착용 하셔서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계속 해나가는 게 중요하죠.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을 확인하신 뒤에 자신에게 맞는 보청기를 선택하고 사용하시면 됩니다. 하루 사용시간을 정하거나 어떻게 보청기를 사용해야 할지 고려하셔야 합니다. 한 쪽 귀에만 보청기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양쪽 귀 모두 사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한 쪽으로만 듣다 보면 청력에 불균형이 생기고, 양쪽 귀에 착용하면 뇌에서 이해하는 능력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귓속에 넣는 보청기의 경우 장시간 사용 시 청력을 손상시키거나 위생상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용시간을 정해놓고 귀에 무리를 주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비에스엘 제품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에 앞서 고객들이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첫째는 가격적인 부담을 느낀다는 점이었습니다. 고가의 보청기는 한 쪽에만 600만원이 넘기 때문에 한 쌍을 구매하면 1,200만원을 호가하는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피팅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피팅은 보청기를 자신에게 맞추는 것입니다. 보청기를 처음 끼려면 연습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너무 크게 들리는 것 같거나 들리지 않아야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추는 적응기간이 필요한데, 이것을 피팅 과정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이 번거로운 것도 사실이죠. 이런 단점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내놓은 해결방법은
“보청기의 보급을 확대하고, 보청기 사용자 스스로 간단하게 피팅 할 수 있도록 하면 해결 된다” 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보청기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 선결되어야 하는 중요한 요소는 ‘가격’ 이었습니다. BeyondSOL 출시 이전에도 (주)비에스엘의 보청기는 뛰어난 품질에도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최고 수준의 보청기 알고리즘을 구현했음에도 소비자가는 한 쪽에 200만원부터 300만원 수준으로 낮췄죠. 해외 유명 제품과 동일한 제품 성능을 보장하면서도 가격은 절반에 불과한 것입니다. BeyondSOL 은 이보다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출시 예정입니다. 또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셀프 피팅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에, 언제라도 빠르고 편리하게 수정이 가능하도록 했죠. 또한 남들에게 보청기를 사용한다는 것을보이기 싫어하는 분들을 위해 패셔너블한 제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안경처럼 패션 아이템으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보청기 역시 패션 트렌드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주변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BeyondSOL은 4월 출시 예정으로 곧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가벼운 난청이나 경미한 청력 손상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보급형 음성 증폭기BeethoSOL이 작년 11월에 출시하였으며, 전국 온, 오프라인 하이마트 매장에서 손쉽게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BeethoSOL은 전국 하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구매편의성이 높습니다.
브랜드명이 독특합니다.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BeethoSOL이라는 이름에서 쉽게 유추하실 수 있겠지만 베토벤에서 따온 브랜드 명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베토벤이 청력을 대부분 상실한 것으로알고 있지만, 사실 ‘솔(G)’ 이상의 음을 들을 수 없는 난청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고음역대를 잘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베토벤은 지독한 난청이었던 것이죠. 베토벤이 솔(G) 이상의 음을 들을 수 있었다면, 클래식 음악이 어떻게 변했을까 상상하면서 이름을 지었습니다. BeyondSOL은 베토벤이 듣지 못했던 솔(G) 이상의 음을 들려주고 싶다는 뜻에서 나온 이름입니다. 당시에 이러한 제품이 있었다면 음악의 역사도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세계적인 음향기기 제조사들 가운데 보청기 제조를 기반으로 얻은 기술연구 성과를 이어폰/헤드폰에 적용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주)비에스엘 음향 기술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주)비에스엘에는 음향팀이 큰 역할을 담당합니다. 보청기 알고리즘은 일반 음향기기 튜닝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지만, 음원을 보다 정확하게 재생하는 기술이 중요한 것은 동일하죠. 이러한 기술을 중심으로 보청기 사용자에 최적화된 맞춤 설정을 진행합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고음역대가 잘 들리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보청기의 기본 알고리즘에는 고음역대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BeyondSOL의 경우 이런 부분이 모두 적용되어 있습니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현재 자신의 청력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사용자가 잘 듣지 못하는 음역대를 셀프피팅 할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을 올려줄 수 있습니다.
(주)비에스엘의 향후 비전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기존 보청기 가격이 부담되는 지역에서도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제품, 그리고 의료기기로서의 제품과 IT기술이 컨버전스하여 진화된 제품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기존 보청기들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죠. 보청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은 저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수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높은 구매력과 편리한 제품을 출시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잘 들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고 인류의 건강에도 기여한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리미엄헤드폰가이드 독자 여러분께 하실 말씀이 있다면?
우리는 난청을 유발시키는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주변 곳곳에서 엄청난 소음을 겪으면서도 또 다른 무언가를 만족하기 위해 음악을 듣고, 전화를 받는 등의 활동을 하면서 귀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있습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난청에 대한 개념이 없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먼저 상대방을 보고 입술을 읽기 때문에 스스로 잘 듣는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죠. 귀를 보호하는 것이 먼저겠지만, 난청이 생겼다면 귀 건강을 위해서 반드시 보청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정확하게 듣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필요할 때만이라도 사용해야 하죠. (주)비에스엘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는 시작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인식 개선과 함께 주위 사람들에게 잘 알려 드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된 보청기 제품이 세계적인 메이저 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